2008. 9. 24. 11:50

상훈 & 송화의 프로포즈 이야기!

결혼을 2주 앞둔 2008년 9월 23일, 약 2달 전부터 준비한 프로포즈를 했습니다.

실제 준비한 시간은 이보다 짧지만, "깜짝 프로포즈"를 위해 타이밍을 잡다 보니 이렇게 늦어져 버렸습니다.

제가 프로포즈를 준비하면서 염두에 둔 것은 딱 3가지 입니다.
- 전혀 눈치를 못 챌만큼 "깜짝(Surprise)"이어야 한다.
- 10가지의 서로 다른 이벤트를 준비한다.
- 각 이벤트는 감동적이면서 재미있어야 한다.

애초에 목표한 것들은 모두 완수하게 됐지만, 현실은 영화와는 다른 법이라... 제가 상상했던 로멘틱은 다소 떨어진 것 같네요... ^___^;

그럼, 지금부터 "상훈 & 송화의 프로포즈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0. 준비하기
프로포즈에 사용할 10가지의 이벤트는 PDA를 이용해 생각나는대로 틈틈이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그냥 정리하려니 뭔가 심심한 것 같아서 이름을 하나 정했는데요... 그 때 생각한 이름이 바로 Project_X 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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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10가지의 이벤트 내용을 정한 후에는 하나씩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가지 준비과정 중에서도 가장 시간을 많이 쓴게 동영상인데요... 프리미어를 처음 쓰다보니, 동영상을 만드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 것 같습니다. ^_^;

이벤트 준비에는 송화의 친한 친구 "지나"양과 하이엔드PDA, 아니... SLR클럽(ㅋㅋㅋ)의 "슬래쉬"형, 그리고 HighendPDATodaysPPC 멤버들이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1. 188장의 커플 사진으로 이뤄진 모자이크 사진 액자 (Special Thanks to Jina Lee)
송화가 가장 마음에 들어한 선물 중 하나가 바로 모자이크 사진입니다.
이 모자이크는 188장의 커플사진으로 이뤄져 있는 송화의 독사진인데요... 사진은 Mosaic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만들었습니다.

프로그램에 여러가지 옵션이 많아, 제 마음에 쏙 들게 만드는데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렸네요... 아래에 축소한 이미지를 올립니다. ^_^;(아주 작긴 하지만, 점처럼 보이는 것들이 다 개별 사진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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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이걸 어떻게 인쇄할까라는 고민을 했는데요, 처음에는 족자봉 스타일(두루말이 처럼 둘둘 마는 스타일... 아시죠?)의 천에다 인쇄하는 것을 생각했었는데... 이게 시간이 지나면 색도 바래고, 힘이 없어진다는 이야기가 있어... 그냥 사진+액자로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액자는 무난한 것보다는 좀 특이하고 개성있는 스타일이 좋을 것 같아 이것저것 찾아봤는데... 그 중에서도 A3사이즈의 아크릴 액자가 괜찮은 것 같더군요...

그런제 사진의 경우에는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큰 사진(A3 사이즈)의 인쇄가 가능한 곳이 잘 없기도 하거니와 사진의 퀄리티 문제도 있으니까요... 어쨋든 한참을 찾아보다가 스냅스라는 곳을 알게 되었는데, 다른 데에 비해 나름 저렴한 가격에 처음 가입하면 포인트도 줘서 10장의 스냅사진도 무료로 인쇄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사진을 받기전에는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걱정과는 달리 A3 속의 작은 사진들이 선명하게 잘 보여서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준비한 액자와 사진을 결합하니 이런 모습의 멋진 작품이 탄생했네요... +_+;
개인적으로도 제일 마음에 드는 선물인 것 같습니다. ㅎㅎ;





2. 러브 액추얼리 스타일의 지시사항(Instruction)
프로포즈를 준비하면서 제일 고민을 많이 한 것이 바로 "진행"이었습니다.
10가지의 선물을 유기적으로 잘 얽히게 보여주려면, 어쩔수 없이 단계별로 진행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주저리주저리 말하는 것도 우습고, 그렇다고 말을 안하면 진행이 안되니 어떻게 해야할지 참 막막하더군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러브 액추얼리에서와 같이 종이에 글씨를 써서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종이를 한 장씩 넘기면서 다음의 지시사항을 알려주는 것이죠... ^_^;

이건 그냥 준비하기도 쉽고, 사용하기도 쉽도록 스케치북에 준비했는데요...
10가지 선물중에서 제일 준비하기 쉬운 선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_^;

여유가 있었더라면 좀 더 이쁘게 꾸밀수 있었을텐데, 전체적인 시나리오가 다 결정된 상태에서 내용을 적다보니 좀 급하게 준비한 감이 있습니다.
스케치북을 찍지 못해 아직 사진을 업로드하지 못했습니다.




3. 재미있는 합성사진 (Special Thanks to Slash.Kim)
사진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PhotoFunia라는 사이트를 들어보셨을 겁니다.(아닌가요? ^_^;)
이 곳을 이용하면 자신이 원하는 사진에 여러가지 합성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외국 사이트라 좀 느린 것이 단점이지만, 재미있는 합성사진들이 많아 저같이 이벤트를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딱이더군요...

무엇보다 수십여 가지에 달하는 다양한 합성 효과가 일품인데요... 그중에서 일부는 사용이 불가능해 좀 아쉬웠습니다.
그럼, 제가 준비한 합성 사진들을 한 번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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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합성사진으로 준비한 감동의 동영상!
위에서 준비한 합성사진과 몇 개의 다른 사진, 노래 등을 이용해 약 15분짜리 동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노래에 사진이 지나가는 평범한 형식을 생각했는데... 역시 좀 심심한 것 같아, 스토리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그냥 재미있으라고 넣은 합성사진들이 스토리를 구성하는데 엄청난 걸림돌로 작용하는게 아니겠습니까? 결국 한참을 고민하다가 참으로 유치하고도 부끄러운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다 만든 동영상을 혼자 보면서, 송화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쩌나 한참을 걱정했지만... 이미 더 이상의 수정은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게다가 최고화질로 랜더링을 하니 파일을 변환하는데 최소 몇 시간은 족히 걸리더군요 ㅜㅜ;)

다른 효과나 구성은 괜찮은 것 같은데... 전체적인 스토리가 너무 유치한 것 같아서... 올릴까 말까 많이 망설였는데... 그래도 전부 다 공개하는 것이 의미있을 것 같아 올립니다. ㅜㅜ;





5. 로멘틱한 하트 촛불
다음으로 준비한 이벤트는 반지를 전해줄 무대가 될 로멘틱한 하트 촛불이었습니다.
역시 송화가 가장 좋아한 이벤트 중 하나였는데, 저한테는 가장 고생스런 이벤트였던 것 같습니다.

당시 준비한 과정을 잠깐 설명드리면... 먼저 50개의 작은 초를 같이 구입한 작은 컵에 담아서 하트모양으로 배치했습니다. 그 다음 하트 위쪽에 상훈, 송화의 이니셜인 SH를 나눠서 쓴 다음... 가운데에는 앞서 준비한 모자이크 액자를 놓아뒀습니다.

일단 배치를 마친 다음, 양초와 함께 구입한 길쭉한 라이터로 초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는데... 양초에 불을 한 1/3정도 붙이고 나니 이놈의 라이터가 슬슬 맛이 가는 겁니다.(역시 싼게 비지떡이죠 ㅜㅜ;)

그래도 악착같이 발버둥 쳐서 겨우 1/2정도 불을 붙였는데... 그러고나니 심지같은게 튀어나가 아예 고장이 나더군요 ㅜㅜ; 당황스러운 마음에 일반 라이터를 써보니... 이건 불 붙이기가 더 힘들더군요...(양초를 담고 있는 컵이 녹아버린다는 ㅜㅜ;)

결국 라이타를 대체할 뭔가를 한참 찾다가 구세주처럼 등장한 것이 바로 이쑤시게 였습니다. 이쑤시게의 뾰족한 부분에 불을 붙인 후 다른 양초에 불을 옮기니(생일 성냥처럼 ^^;) 불이 아주 잘 붙더군요... 다만, 이쑤시게가 너무 짧고 가늘어서 양초 한 3개 정도에 불을 붙이니 뜨거워서 더 이상은 불가능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이쑤시게 한 10개정도를 쓰고나니 예쁜 촛불 하트가 완성되더군요...

하지만, 시련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50개의 촛불이 동시에 타기 시작하니... 방이 생각보다 더워지기 시작했습니다. -_-;;; 열기를 빼기위해 창문을 여니 이번에는 바람때문에 불꽃이 흔들려 컵이 녹기 시작하더군요...

결국 창문을 닫은 채로 땀을 뻘뻘 흘리면서 방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설상 가상으로 송화는 예정된 시각이 지나도 도착하지도 않더군요... ㅜㅜ;(원활한 이벤트 준비를 위해 송화를 마트에 보냈습니다. 물론, 송화 친구 지나와 사전에 몰래 협의를 했었지요 ^_^;)

아무튼 여러가지 우여곡절 끝에, 촛불 이벤트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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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프랜즈(Friends)를 페러디한 고백!
송화가 가장 좋아하는 미국드라마는 프랜즈(Friends) 입니다. 저역시 몇 번을 봤을만큼 프랜즈 매니아인데요...
프랜즈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는 가장 로멘틱하고 감동적인 프로포즈 장면은 바로 챈들러가 모니카에게 하는 프로포즈(에피소드 6x24-25) 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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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이 장면을 너무나 감명깊게 봤던터라, 이 프로포즈 장면의 대사를 외워서 송화에게 고백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사실, 앞서 설명한 하트 모양의 촛불 이벤트도 이 고백을 위해서 준비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촛불 때문에 방안의 온도가 올라가고 몇 개의 컵들이 녹으면서... 이걸 꺼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기 시작하니... 열심히 외워둔 대사들이 갑자기 생각이 안나기 시작하더군요... ㅜㅜ;

결국 수 십번의 리얼한 연습에도 불과하고, 실전에서 한 부분을 실수하면서 상당히 어정쩡한 고백을 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이 민망함과 어색함이란 -_-;;;(역시 영화와 현실은 다릅니다.)

참고로 제가 외운 챈들러의 오리지날 고백 장면을 적어봅니다.
Okay!
(He joins her on one knee)

Okay! Okay!

Oh God, I thought…

(Starting to cry, pauses)
Wait a minute, I-I can do this.

(Pause)
I thought that it mattered what I said or where I said it.

Then I realized the only thing that matters is that you,

(Pause)
you make me happier than I ever thought I could be.

(Starting to cry again.)
And if you’ll let me, I will spend the rest of my life trying to make you feel the same way.

(Pause as he gets out the ring.)
Monica, will you marry me?





7. 장미 꽃잎으로 만든 화려한(?) 무대
앞서 말한 프랜즈의 프로포즈 에피소드를 보면 끝 장면에 챈들러와 모니카가 브루스를 추는 모습이 나옵니다.
결혼을 하기로 결심하고나서 춤을 추는 그들의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워 보일수가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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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도 이 장면을 재연해 보기로 했는데요(그러고보면 제가 순 따라쟁이 같군요;), 먼저 장미 꽃잎과 풍선을 이용해 아래와 같은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프랜즈에서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Eric Clapton의 "Wonderful Tonight"이란 노래를 준비했습니다. ^_^;

제가 준비한 이벤트로는 이게 거의 마지막이라... 실제로 상당히 편한 마음으로 춤을 췄는데요... 송화가 한 마디 하더군요...

"오빠, 땀 많이 흘렸네..."
"... (이 놈의 싸구려 양초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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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의미있는 축하 메시지 (Special Thanks to HighendPDA, TodaysPPC Members)

제가 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는 HighendPDA와 TodaysPPC입니다. 둘다 PDA관련 커뮤니티인데요...
제 이벤트의 2가지를 이곳 커뮤니티 멤버분들이 책임져 주셨습니다. ^_^;

긴 말보다 내용이 중요한 것 같아 각 커뮤니티에 올린 글의 본문을 캡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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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endP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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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sPPC


각 커뮤니티에서 댓글로 많은 축하를 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남깁니다.
HighendPDA (08/09/24, PM 20:00 현재)
거성쎄요, 젠틀매앤, 옵빠달려, rambleas, 날개, 방뎅이, 영화사랑, 엑슁, 잠더지, 새벽이슬, 리버, 유리시스, 지지리, 바아보오, 달무리, 깐뒤, 별별별, 보민다연, 재콩이, 이태훈, lovpig1052, 난나야, 까만별, 듬직이, 성욱파파, 악동정군, 두둥, 초야, 초암, 피댕과춤, 차니, 서현아빠, 소프트님

TodaysPPC (08/09/24, PM 20:00 현재)
검정비닐봉지, 질러라!, 분홍기저기, 폭주안군, 중고인생™, Mr.종찬, 독수리5혁제, NationGuy, 강철심장, Rayoon, wind587, 리차드, 나두룩스, Reconnect, 이사랏, 푸른빛바람, 까꿍, 익숑, wind587, 리차드, 나두룩스, Reconnect, 이사랏, 푸른빛바람, 까꿍, 익숑, MyPrincess, gold digger, 겨울여행, Endless, ssari(하얀목련), 은규아빠, Stonefly(마현),  aconite, 땡칠이, 중산거사, 트렁크, 흑두건™, 최선을다해, kite, 경주월드, 낭만호빵, K a d e n z a, 투덜이앙마, 비를사랑한소금인형™, 현우파파, 털보총각, FatherOf3, 피잉구, 사열대키맨, Terry, Samt, 우엥, 몽글, 바라만보기, GENESIS, 전선생, corps-지름신교, AgaTha,  신지유하, 별지기, Jin, 불타는떡, 늑대기사





9. 재미있는 문자폭탄 (Special Thanks to HighendPDA, TodaysPPC Members)
댓글로 많은 축하 보내주신 분들께도 정말 너무 많이 감사드리는데... 예약문자라는 어처구니없는 부탁에도 기쁜 마음으로 수고를 아끼지 않아주신 많은 동호회원 여러분들,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가 프로포즈를 시작할 때, 전화기를 끄라고 했었는데... 약 20분 가량 진행된 프로포즈를 마칠 때쯤 여러 회원님들이 보내주신 예약문자가 한꺼번에 전송되서 송화를 다시 한 번 감동시켜줬습니다.

제 예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좋은 메세지를 보내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특히, 요금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MMS노래 등 다양한 메세지로 저와 여자친구를 감동시켜주신 회원님들, 모두모두 정말 감사합니다.
보내주신 문자메세지는 고이고이 보관해두도록 하겠습니다. ^_^;





10. 평생동안 남을 프로포즈 녹음 메세지
프로포즈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 프로포즈가 끝난후 이야기를 나누는 것까지... 모든 내용(음성)PDA에 담아 뒀습니다.

비디오 카메라가 있었더라면 영상도 함께 남길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그렇게는 못했네요...
저장한 내용은 매년 결혼기념일에 송화와 함께 들어보려고 합니다. 그렇게 들어보면 결혼 처음의 마음도 되새기고, 서로에 대한 사랑도 재확인할 수 있겠죠?

이것이 저의 마지막 프로포즈 이벤트 입니다. ^_^;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혹시 아직 저희 결혼 축하를 못하신 분은 http://urlclip.net/wedding 에 축하댓글과 덕담을 남겨주시면 인생의 지표로 삼고 열심히 살겠습니다.